
롱블랙 프렌즈 L
럭셔리 화장품과 향수 샘플을 늘어놓고 파는 편집숍, 어떨 것 같아? 나는 한 번은 구경해 볼 것 같아. 평소에 큰맘 먹고 봐야 했던 수십만 원짜리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을 몇만 원 선에서 고를 수 있을 테니까.
이 생각을 비즈니스로 실천한 브랜드가 있어. 바로 중국에서 2017년부터 창고형 뷰티 편집숍 브랜드 하메이HARMAY야. 샤넬과 에르메스부터 토리든, 3CE 같은 한국 브랜드까지. 전 세계 800여 개 브랜드의 화장품 2만5000여 종을 모은 곳이야*.
*2025년 7월 기준
한국인 여행객들은 하메이를 ‘중국판 올리브영’이라고 부르면서 관광 코스에 넣고 있어. 상하이의 신티엔디나 우캉루 매장은 20~30분씩 줄을 서야만 매장에 들어갈 수 있지.
‘덤으로 여겨지던 샘플을 팔겠다’는 발상은 어떻게 비즈니스로 커졌을까? 그 힌트를 하메이의 소비자 경험 설계에서 찾았어. 전문가들과 함께 그 전략을 알아볼게!
Chapter 1.
샘플 경제 : 빨리, 많이 써서 취향을 기르다
하메이가 뜬 이유를 알려면, 먼저 중국의 ‘샘플 경제小样经济’를 알아야 해. 잠깐, 복잡한 얘긴 아니니까 걱정 마!
샘플 경제는 2020년대 초 중국 뷰티 업계에서 나온 말이야. ‘브랜드에서 공짜로 나눠주던 샘플이 상품 그 자체가 된 현상’을 뜻하지.
이런 현상이 왜 나왔냐고? 중국 소비자들이 싸고 빠르게, 더 많은 제품을 경험하려는 욕구에서 나왔어. 내 취향을 빨리 찾고 싶은 이들이 제품을 최대한 많이 경험할 방법으로 샘플을 택한 거야. 리테일 전문가인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의 분석을 들어볼까?
“중국 뷰티 시장은 ‘시간의 격차를 소비로 넘어서는 곳’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. 원래 시장이 성숙해지고 감도가 높아지려면, 시간이 걸립니다. 하지만 중국은 그 시간을 압도적으로 많은 제품을 소비하는 걸로 뛰어넘었어요.
예를 들어 정량 화장품만 쓰면 평생 쓰는 로션이 10여 개 수준에 그칠 수 있어요. 하지만 샘플을 사면 수십 개의 제품을 몇 년 안에 쓸 수 있습니다. 경험의 폭이 순식간에 넓어지는 거예요.”
_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, 롱블랙 인터뷰에서